한은 떠난 '비둘기'의 경고…"일본식 디플레 눈앞까지 왔다"

입력 2020-05-22 11:32   수정 2020-05-22 16:46


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(KDI) 국제정책대학원 교수(사진)는 22일 "한국 경제가 일본식 디플레이션(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)으로 향하고 있다"고 말했다. 한국의 물가가 내려가는 데다 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는 등 일본식 디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한 만큼 한은이 마이너스 금리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. 지난달 금통위원 임기를 마친 그는 금통위에 있는 동안 대표적인 '비둘기(통화완화 선호)' 성향 위원으로 꼽혀왔다.

조 교수는 이날 서울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"한국의 물가와 거시경제 상황이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겪었던 1990년대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"며 이 같이 평가했다. 그러면서 "1990~2000년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평균 0%대를 유지했다"며 "하지만 국민 경제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(GDP) 디플레이터(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값)는 연 평균 -1%대를 지속했다"고 말했다. 한국의 GDP디플레이터가 지난해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 등을 볼 때 한국도 디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하다는 뜻이다.

그는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직면하면 저성장 나락에 빠지는 것은 물론 국가재정도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. 조 교수는 "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면 물가가 하락하면서 명목GDP가 감소하고 정부가 거둬들이는 국세수입도 줄어든다"며 "덩달아 국가채무비율(국가채무를 명목GDP로 나눈값) 등 국가재정 지표도 나빠진다"고 말했다. 그는 이어 "1990년 60%대였던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은 디플레이션을 거치며 2000년 200%로 치솟았다"고 말했다.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(코로나19) 충격으로 재정 씀씀이가 늘어나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상황까지 겹치면 재정건전성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경고다.


그는 디플레이션으로 빠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한은이 보다 적극적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. 조 교수는 "근원물가는 이전부터 내려가는 추세였고 코로나19로 하락속도가 더 빨라졌다"면서도 "한은은 통화정책 이야기를 하면서 물가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"고 말했다. 조 교수는 "재정은 한번 늘리면 줄이기가 쉽지 않지만 통화정책은 되돌릴 여지가 있다"며 "코로나19로 통화당국이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고민하는 등 보다 적극적 역할해야 한다"고 설명했다. 그는 "실효하한 금리(유동성 함정이나 자본유출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)라는 개념이 불분명하다"며 "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는 트리거(방아쇠) 역할을 할 금리 수준이라는 것은 없다"고 말했다. 한은이 기준금리를 제로(0) 또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내릴 수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. 그는 이어 "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"며 "한국 중앙은행 규모는 미국과 유로존, 일본, 영국 캐나다 다음 세계 6위 수준으로 소규모 개방경제국가라고 볼 수 없다"고 말했다.

앞으로 한국 경제가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. KDI가 최근 한국의 성장률을 올해 0.2%, 내년 3.4%로 내놓은 데 대해서는 "너무 낙관적 전망"이라고 평가했다. 그는 "올해 성장률은 국제통화기금(IMF)이 제시한 -1.2%보다는 높은 수준이겠지만 내년의 경우 KDI가 예상한 것처럼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"이라고 말했다.

이날 세미나에는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희숙 미래통합당 당선인,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. 현 전 부총리는 이날 세미나에서 "경제봉쇄가 올해말까지 가고 코로나19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"며 "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중앙은행이 코로나19에 대응해 더 역할을 해야 한다"고 말했다

김익환 기자 lovepen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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